“씁쓸하죠.”

지난 11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발표한 분쟁 건수 처리 결과에 대해 한 하도급 전문 변호사의 말이다.

조정원은 이날 12년만에 총 2만2406건의 분쟁조정을 처리하고, 조정 성립에 따른 경제적 성과 약 7548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경제적 성과에는 조정금액과 절약된 소송비용이 포함됐다.

조정원에 따르면 조정신청 건수가 2019년 2032건 접수, 2014건을 처리했으며, 최근 3년간 3000건 넘게 접수·처리했다. 특히 이 중 하도급거래 분야가 1142건으로 전체 비중의 72%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하도급 전문 변호사의 말처럼 참으로 씁쓸한 현실이다. 하도급 관계가 주를 이루는 기계설비분야에서 이 같은 조정신청이 많다는 것은 아직도 공정거래 풍토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도급법이 있긴 하지만 최근 하도급거래 분쟁 사례를 보면 과거 대금 지급 분야에서 주로 제기되던 것과는 달리 상대방의 권리를 제한하는 새로운 유형의 부당 특약, 재입찰·직영투입비 등을 이유로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하거나 결정하는 행위, 발주자의 설계변경에 따른 책임 범위·공사대금의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

또 하도급대금 지급 관련 직불, 보증의 문제, 발주자-건설회사-입주자대표회 간의 하자담보책임을 둘러싼 분쟁, 장기계속공사계약에 있어 간접비 미지급,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를 내린 이후 법원이 이를 취소하는 사례 등 다양하게 복잡·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당특약 무효화 확대, 징벌적 과징금 제도 도입, 장기계속공사계약에 있어 간접비 지급을 위한 법률 개정, 법원의 하도급법 위반 여부 판결에 있어 위법한 결과가 아닌 위법한 행위 중심으로 심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윤관석 의원이 발의한 건설분쟁조정위원회 상설사무국 설치 법안도 해결책이다.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인 이 법안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의 실무를 전담하는 상설사무국의 설치 △분쟁조정절차를 직접 진행하기 어려운 당사자들을 위한 건설분쟁조정 대리인 선임 규정 신설 △분쟁조정 사건의 전문적 심의와 신속한 해결을 위해 조정부의 명칭을 분과위로 변경하는 규정 △절차 진행의 효율성과 조정 성립률 제고 위한 수락간주 제도 규정 등을 담고 있다.

조정원 입장에선 그간 업무 경험을 토대로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경쟁력 있는 조정 서비스를 제공해 공정거래 관련 분쟁조정 선도기관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분쟁조정을 점차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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