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 최초의 해상풍력단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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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국내 최초의 해상풍력단지를 가다
  • 안광훈 기자
  • 승인 2020.02.10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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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이 불면 ‘돌하르방’도 빛난다
탐라해상풍력발전, 3000kW급 10기 운영…연간 8500만kWh 전기생산

지난 3일 기자가 찾은 제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날려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거센 바람이 불고 있었다. 제주 공항에서 차량을 타고 일주도로를 따라 한 시간 남짓 달려가다보니 바닷가 인근으로 풍력발전기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에메랄드 빛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제주 바다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그 위로 돌아가는 풍차는 사뭇 낭만적인 감성에 젖게 한다.  제주=안광훈 기자

소음발생 ‘無’ 민원발생 ‘無’
지역관광자원 역할도 ‘톡톡’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전경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전경

기자가 이날 찾은 곳은 국내 최초로 바다 위에 지어진 풍력단지, 바로 탐라해상풍력이다.
제주 한경면 바다 위로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90여m 높이의 풍력발전기가 관광객들의 걸음을 저절로 멈추게 하는 곳이다.
이 발전소가 지어진 것은 지난 2017년 9월. 총 1650억원을 투입해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3000㎾급 풍력발전기 10기를 건설했다.
발전기는 풍속이 3m/s에 이르면 운전에 들어가고, 바람이 너무 거세져 25m/s를 넘어서면 정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초속 70m/s 이상의 바람이 몰아쳐도 10분 이상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가진 풍력발전기이지만,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바람의 세기가 25m/s를 넘어서면 가동을 중지시킨다.

국내 최고 이용률 자랑
애초 설계된 이용률 목표는 28.9%, 하지만 준공 이후 2년 동안 실제 이용률은 목표치를 상회하는 32.7%(1차 년도)와 29.3%(2차 년도)를 각각 기록했다.
육상에 지어진 풍력발전소들이 일반적으로 25% 내외의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발전기를 운영하고 있는 탐라해상풍력발전 우광호 사장은 “풍력발전기의 이용률은 바람의 질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며 “아무래도 육상보다는 해상에 부는 바람의 질이 좋기 때문에 이용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종합상황실에 설치돼있는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바람의 속도는 8.5m/s. 1~10호기의 발전기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대 출력이 1800㎾를 가리키고 있었다.
13~15m/s의 바람이 불어주면, 이 발전기가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인 3000㎾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생산되는 전기가 연간 총 8500여만㎾h로, 약 2만4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유지보수·정비가 ‘Key’
발전소의 이용률이 높은 데에는 운영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풍력발전기는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인 만큼, 기상 요건을 감안해 적절한 정비시기를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원자력발전소나 석탄화력발전소처럼 기계적인 일정을 설정해 계획정비를 하는 것보다, 기상 상태 등을 고려해 정비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풍력설비 운영에 있어 중요한 노하우라는 설명이다.
풍력발전기가 해상에 위치해 있다보니 유지보수와 정비에 있어 어려움도 많다.
우 사장은 “기본적으로 저녁에는 긴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보수나 정비작업을 할 수 없고, 파도가 높아도 작업에 나설 수 없다”고 설명하며 “이 때문에 24시간 세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발전기 곳곳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사각지대 없이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조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열감시장비를 이중으로 설치해 기기의 온도 상승 등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감시한다.
이 발전소는 국내 최초로 상용화된 해상풍력이라는 것 외에도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100% 국산기술을 적용함으로써 풍력 관련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이 발전소의 설계와 제작, 설치 전 공정에 국내 첨단기술이 집약돼 있다는 것이 탐라해상풍력발전 측의 설명이다.
또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순수 민간자본(PF) 유치를 통해 1650억원이라는 재원을 조달하는 등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투자 가이드라인을 정립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사진촬영지로 각광
해상에 설치되다 보니 육상이나 해변에 설치된 것에 비해 좋은 점도 있다.
무엇보다 발전기 날개가 돌아가거나 가동되면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한 민원발생이 상대적으로 적다.
생활소음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주민들의 우려와는 달리, 파도소리에 묻혀서인지 힘차게 회전하는 풍력발전기에서 어떤 소음도 들을 수 없었다.
이와 관련 탐라해상풍력발전 관계자는 “마을로부터 일정 거리가 떨어진 바다 위에 설치돼 있다는 거리적인 이유와 파도 소리나 바람 소리 등에 묻혀 발전기 가동으로 인한 소음을 주민들이 느낄 수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제주로 관광오신 분들이 뜻하지 않게 맞게 되는 해상풍력 발전기의 모습에 잠깐 차를 세우고 사진촬영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 지역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 우광호 탐라해상풍력발전 사장

 

해상풍력은 앞으로 가야 할 선택지 중 ‘1번’

우광호 탐라해상풍력발전 사장
우광호 탐라해상풍력발전 사장

“해상풍력은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이 가야 할 몇 안되는 선택지 중에서도 1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광호 사장은 영국이나 덴마크와 같은 해상풍력 선도 국가 외에도 미국, 중국, 일본 등이 해상풍력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라며,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는 우리나라 역시 해상풍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기위해서는 매우 넓은 부지가 필요한데, 육지에서 그만한 공간을 찾아내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하지만 해상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경우, 상대적으로 부지를 확보하기 쉬우며, 소음 등에 따른 민원이 육상풍력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기획단계부터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육지에 부는 바람보다 해상에서 부는 바람이 질적인 측면에서도 전기생산을 위해 더 적합하다는 것도 해상풍력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이 때문에 제주도 내에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가 기획되고 있는 곳만 4곳이라는 것이 우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대정해상풍력, 한림해상풍력, 한동·평대해상풍력, 월정·행원해상풍력 등 제주도 내에서만 4곳에서 10만㎾급 이상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이 수립돼 있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나라 에너지정책도 경제성을 1순위에 두기보다는 친환경성을 1순위에 두는 기조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 기조 속에서 해상풍력이 우리나라 에너지수급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모회사인 남동발전 신성장동력실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미국 오클라호마주 노버스 풍력발전단지(8만㎾급)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는 우광호 사장은 “‘탐라’하면 ‘해상풍력’을 떠올릴 수 있도록 우리나라 해상풍력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모범적인 발전소로 가꾸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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