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 거래 공정화 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24일까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행정예고에 들어갔다.

주요내용은 하도급 분쟁조정 의뢰 범위 확대, 경영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예외 사유에 대한 판단 기준 신설 등으로 하도급업체들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만한 내용들이다.

현행 지침은 건설의 경우 원사업자의 매출액이 1조5000억원이하 이거나 토목건축등록증만 소지한 경우에만 조정을 의뢰할 수 있으나 앞으로는 매출액과 무관하게 조정의뢰가 가능해진다.

공정위는 행정예고를 하면서 "당사자간 자율적 분쟁 해결을 유도하는 분쟁조정 제도는 공정위 정식 조사에 비해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 사업자의 실질적인 피해 구제에도 유리하다"고 밝혔다. 이 역시 원하도급자, 신고인 및 피신고인 모두가 수긍하는 내용이다.

공정위가 분쟁조정 범위를 확대하면서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하도급 분쟁조정에 있어 약자인 신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신고 사건에 대한 신속한 처리와 자신의 입장을 헤아려서 조사를 해줄 수 있는 조정전담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왜 그런지는 현재의 분쟁조정제도 현황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공정위가 다루고 있는 사건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남용행위, 부당한 공동행위,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일반 불공정거래행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에서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인 불공정거래행위가 다른 유형의 업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고 신고인의 피해 회복을 일정부분 회복시키고자 불공정거래행위 사건을 조정제도로 처리하기 위해 2007년 공정거래조정원을 설립하며 분쟁조정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공정거래조정원은 당초 설립목적과 다르게 신고사건을 급하게 종결짓거나 기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신고인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유를 분석해 보면 조정원의 조사담당자가 언젠가부터 고급전문인력인 변호사로 바뀌었고 신고사건의 증가만큼 조정원은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조정원은 △신고인의 주장이 판례나 법리에 어긋나는 사건 △신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입증자료가 없는 사건 △신고인의 주장 그 자체가 이유없는 사건 등을 추려서 기각과 종결로 끝내버리고 조정이 성립될만한 사건을 골라 조정에 올려 조정성립율은 높이고 있지만 이에 비례해 신고인의 불만도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신고인의 처지이다. 신고인 대부분은 중소기업 대표이거나 자영업자로서 자신의 피해를 논리적으로 정리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제적 약자라는 점이고 이는 공정위에 신고된 사건 역시도 마찬가지다. 

공정위의 분쟁조정대상 범위 확대에는 이견이 없다. 범위가 확대 되면 신고 건수도 늘어날 것이고 현재의 상황이라면 제대로 된 조정을 받아 보지도 못한채 기각되고 종결되는 사건 역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변호사보다 약자의 편을 들어주고 헤아려 사건을 조사해 줄 수 있는 조정전문가를 대폭 늘림과 동시에 조정원 내에 복수의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해야 한다. 또 공정거래조정원의 성과 지표를 조정성립율보다 조정시도율로 대체하는 것이 고려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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