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人文) 스토리] ⑥살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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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人文) 스토리] ⑥살피는 마음
  • 기계설비신문
  • 승인 2020.0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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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문화로드 대표
교육학 박사

먹다 남은 복숭아를 권한 죄
여도지죄(餘桃之罪) - 한비자(韓非子) 세난(說難, 유세의 어려움)편

춘추시대 위나라 영공은 총애하는 신하 미자하가 복숭아를 먹다 남은 반을 권하자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극진하다며 칭찬했다.

이후 미자하에 대한 총애가 사라지자 옛일을 거론하며 벌하였다는 고사가 있다.

서로 좋아할 때에는 무슨 말이든 마음에 들어 하며 더욱 가까이 하고, 미워할 때는 옳은 말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고 죄를 지었다며 벌한다.

이는 동일한 일에 대해서도 상황에 따라 태도의 변화가 심함을 비유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는 사람은 먼저 상대와의 관계를 살핀 후에 유세를 해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상을 수상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영화 ‘기생충’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기생충 영화에는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이 등장한다. 부자 가족은 가정부, 가정교사, 운전수 등을 고용하고 있다.

가정부 문광은 여주인 연교에게 무척 신임을 받고 있다. 연교는 얼핏 가정부 문광에게 의존적인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문광이 지병이 있다고 생각하자 가정부 문광이 하는 일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바로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

연교는 가정부 문광에게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 그동안 어떻게 가정부 문광을 믿고 살림을 맡겼는지 의아심이 들 정도로 순식간에 내보낼 계획이 진행된다. 부잣집 연교에게는 가정부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지, 문광이라는 개인에게는 관심이 없다.

가난한 가족인 기택이네는 다들 백수고, 이력서에 쓸 학력, 경력, 자격증 등이 없다.

기택이네 식구들은 위조된 재학증명서, 꾸며진 경력 덕에 모두 부잣집에서 일하게 된다.

기생충 영화는 모든 장면들과 소품, 배우들의 행동과 대사까지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빈부격차라는 이분법적 구조로 빈틈없이 촘촘하게 엮여 있다. 가난과 부, 위선과 거짓, 계획과 무계획 등 양면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혹자는 이분법과 흑백논리는 다르므로 어느 편이 더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부자들의 행동과 가난한 자들의 행동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다보면 누구의 행동이 더 착한지 혹은 더 좋은지 하고 비교하여 ‘가치’ 판단을 하게 되고 결국 이는 차별과 갈등을 낳게 된다.

영화 기생충에서는 가난한 자와 부자 사이의 최소한의 예의, 보이지 않는 선을 넘지만 않으면 평화롭다고 말한다. 반지하에 살고 있는 기택이네 식구들에게는 퀴퀴한 냄새가 배어있다.

하지만 이들은 오래되고 익숙해져서 자신들의 냄새를 맡지 못한다. 냄새는 억지로 선을 긋고 오가지 못하도록 막을 수 없다. 부잣집 사람들은 기택이네의 퀴퀴한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고 코를 감싼다. 사실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자들에게도 냄새가 날 테고, 냄새는 오고 간다. 다만 한쪽은 나쁜 냄새가 참기 힘들다 하고, 다른 한쪽은 미처 냄새를 맡을 여우가 없을 뿐이다.

빈부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재벌과 빈민처럼 양극단은 시선을 잘 끌고, 자극적인 뉴스거리가 되기 쉽다. 현실에서는 영화 기생충에서처럼 불법을 동원하지 않으면 양극단이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

일반적인 우리사회는 대체로 중간에 다수가 존재하고 양 극단에 소수가 존재한다.

사용자인 부자와 고용인이 대체 가능한 일회용 관계를 맺으면 영화 기생충에서처럼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우리는 경제적 위치가 조금씩 높고 낮은 사람들끼리 살아간다. 가난한 자와 부자처럼 서로를 분리하고 비교하기보다 서로의 마음을 살피고 마음을 주고받는 관계를 맺으며 어우러져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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