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1기 신도시인 성남시 분당에서 열 수송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1기 신도시인 일산 백석역 인근에서 사고가 난 지 딱 1년 가량 지난 시점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 사고에서 인명피해는 없었다지만,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를 내 발 밑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이철규 의원이 공개한 ‘열 수송관 사고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열 수송관 관련 사고는 총 23차례 발생했고, 지역별로는 성남이 10건, 서울 강남이 8건, 고양이 3건, 수원이 2건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백석역 사고 이후에도 최근 1년 동안 목동, 경기 안산, 성남 야탑동 등에서 열 수송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사고는 20년 이상된 노후 배관에서 발생했다.

현재 지역난방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전국 열 수송관은 2261km. 이중 20년 이상된 노후 열 수송관은 총 725km에 달한다. 특히 지역난방을 도입한 1기 신도시 분당과 일산은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전체 배관의 50% 이상이 20년 이상된 노후 배관이기 때문이다.

사고의 원인이 ‘노후 배관’ 때문이라는 진단은 이미 내려졌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하다. 노후 배관을 교체해야 한다.

725km에 달하는 노후배관을 단 시일 내에 교체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장기 계획을 수립해 열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물론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그것도 사고 가능성이 아닌 이미 사고가 터지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현실적인 벽은 넘어야 할 숙제이지, 인정해야 할 한계가 아니다.

열 수송관을 운영하고 있는 지역난방공사가 아무런 대책없이 손 놓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지역난방공사의 대책과 교체 계획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킬 만큼 충분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또다시 지난해 백석역 사고처럼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되면, 인재(人災)라는 비난을 벗어날 수 없다. 이번 사안은 비난과 책임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내 가족의 생명을 지킨다는 마음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노후배관 교체, 그 어떤 이유로도 머뭇거릴 상황이 아니다.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 땅 속 시한폭탄은 지금도 시계를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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