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냉방기술 적용 통해 탄소중립 실현…전세계 ‘이목집중’
​​​​​​​빙축열 기술·양압 유지 등 통한 경기장 냉방효율 극대화 실현

생활속 기계설비이야기 이미지. 카타르월드컵 냉방 시스템.
생활속 기계설비이야기 이미지. 카타르월드컵 냉방 시스템.

뜨거웠던 지난 여름을 생각해 볼까요? 거리를 나서면 어김없이 밀려오는 열기에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게 일상다반사였죠. 이런 환경에서 뛰어 다니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환경적 요인이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카타르월드컵조직위원회는 전무후무한 스타디움 냉방시스템을 도입했답니다. 지구인의 축제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숨은 조력자가 바로 기계설비인 셈이죠. 이에 본지는 카타르 월드컵경기장에 설치된 냉방시스템을 살펴보겠습니다. / 편집자주

◇ 지구인의 축제
공은 둥글다는 말이 입증되는 스포츠가 바로 축구입니다. 실력의 격차는 존재하지만 그 실력이 ‘절대기준’으로 작용하지 않죠. 약팀도 그날 컨디션 등에 따라 충분히 강팀을 무찌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축구가 우리에게 짜릿하게 다가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인이 4년간 기다려온 카타르 월드컵이 지난 21일 성대하게 막을 올렸습니다.

이번 대회가 주목받는 이유가 몇 가지 있죠. 그 중 하나가 바로 최초로 중동지역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유치 때부터 논란거리였습니다. 지리적 이유인데, 사막의 태양볕 아래에서 축구선수들이 경기를 치른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월드컵이 6월에 개막해 7월에 폐막하는 일정이었음을 감안하면, 한여름 사막 한복판 축구대회는 그야말로 ‘실신대회’로 전락해 버릴 수 있기에 충분한 조건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피파는 2022 월드컵 대회를 11월로 옮겨 개최하는 카드를 꺼냈습니다. 개최국 카타르도 ‘경기장 전역에 냉방시스템’을 적용해 시원하게 경기를 치르겠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아마도 오일머니로 충분한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이를 구현하는 놀라운 일을 해내고 말았네요.

◇ 살인적인 더위
카타르의 여름 최고 기온은 45℃입니다. 놀라운 수준이죠. 월드컵이 열리는 11월 현재의 낮 최고 기온도 41℃. 경기가 열리는 저녁 8시에도 33℃로 열기가 식질 않습니다. 이는 모두 한국기준으로는 열대야에 속하는 무더운 날씨입니다.

이런 날씨 속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현지를 찾은 사람들은 도하 공항에 발을 딛자마다 ‘뜨거운 열기’가 몸으로 뜨겁게 전달된다고 현지 기후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몇 걸음 걷지 않아도 땀으로 금세 옷이 젖는다고 강조하고 있죠.

땀으로 범벅이 되는 날씨 속에서 축구도 힘든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현지 카타르 기계설비인들은 최첨단 기계설비 기술을 이용해 사막의 열기를 완벽하게 밀어냈습니다. 바로 최첨단 기계설비 기술의 집약체인 쿨링시스템 덕분입니다.

◇ 경기장의 비밀①- 얼음
사막 한복판에서 각국 선수들이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비밀은 얼음에 있습니다. 일종의 ‘빙축열’ 시스템이 적용됐죠.

스타디움과 연결된 공조실에는 거대한 규모의 빙축열설비가 설치됐습니다. 이 빙축열설비는 밤새도록 작동해 일정량의 물을 얼음으로 냉각시키게 됩니다. 이 얼음이 찬 바람을 불게 만드는 비밀의 원천입니다. 얼음을 통해 만들어진 냉기가 카타르 월드컵의 숨은 공신이죠. 이는 빙축열로, 냉방설비 기술 중 하나입니다. 특히 국내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주로 값싼 심야전기를 이용해 얼음을 만들고, 낮 시간대에 얼음을 녹여 찬공기를 만들어 원하는 곳으로 냉기를 흘려보내는 냉방시스템이 바로 이 시스템이랍니다. 빙축열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경기장 쿨링시스템은 냉각된 공기를 효과적인 방법으로 순환시키고 이를 또 재사용하는 원리입니다. 좌석과 벤치 뒤에 설치된 디퓨져(찬공기를 내뿜는 구멍)를 통해 냉기를 경기장과 관람석에 내뿜고, 환풍 과정을 통해 공기를 다시 빨아들여 열손실을 최소화하게 됩니다. 마치 공기가 컨베이어 벨트를 돌 듯 경기장을 순환하는 방법입니다.

◇ 경기장 옆에 에너지센터
경기장에서 사용할 얼음을 만들어 저장하는 건물이 각각 마련됐습니다. 에너지센터라고 불리는 이 건물은 각 구장 주변에 축구장 절반 크기로 건립돼 있다고 하네요.

냉방에 필요한 전력은 태양광 에너지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센터에서는 이 에너지를 활용해 얼음을 만들게 됩니다. 신재생(친환경) 에너지원을 사용함으로써 막대한 에너지 낭비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친환경 냉방으로 변화시키게 됐습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한 스타디움에 설치된 냉방 디퓨져(송풍구)만 1500개 이상 된다고 합니다. 디퓨져는 전체 관중석과 복도 바닥, 감독 벤치 뒤편에 각각 최적화된 모양으로 설치하는 디테일이 반영됐습니다. 여기서 뿜어져 나온 냉기가 경기장 온도를 25℃ 이하로 유지하게 만듭니다. 참고로 디퓨져 바로 앞의 냉기 온도는 18℃라고 하네요.

빙축열을 통해 이동하는 냉열원은 경기장 일대 지하에 매설된 관을 타고 경기장으로 이동합니다. 이후 경기장에 설치된 디퓨져가 시원한 바람을 거대한 경기장에 내뿜습니다. 사실상 축구 경기장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게 아니라 경기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에어컨으로 만든 셈이라 볼 수 있습니다.

◇ 경기장의 비밀② - 양압
아무리 냉방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해도 개방형 구조에서는 냉기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름마다 우리나라 각 지자체들이 서울 명동과 같은 상업지구 등지에서 출입문을 활짝 열어놓는 ‘개문 영업’을 금지 했던 이유도 바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작은 상가에서 개문 영업도 에너지 낭비가 크다고 지적하는 상황에서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도 돔(Dome) 구장이 아니기에 에너지 낭비가 우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규모도 일반 상가보다 월등히 넓은 축구경기장이기에 심각할 수준이라는 걱정도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기계설비의 기술이 발휘돼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 했다고 합니다. 기계설비의 기술이 놀랍지 않나요? 여기에 적용된 기계설비 기술은 경기장 내부의 기압을 조절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방패막을 설치하는 공기압 조절에 있습니다.

카타르 경기장 내부의 기압은 외부보다 높게 유지되도록 설정됐습니다. 양압이 유지되는 만큼 태양열을 흡수한 뜨거운 외기가 경기장 내부로 흘러들어올 수 없도록 환경 자체를 바꾼 것이죠. 기류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지 기계설비인들은 찬 공기가 지면으로터 일정 높이까지만 도달하게 만들고, 여기에 강한 공기압으로 기류를 밀어 넣으면서 자연스럽게 뜨거운 외기와의 보이지 않은 경계선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기 방패막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도록 만든 비결입니다.

양압을 구현하기 위해 현지 기계설비인들은 다채로운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고 하네요. 지난 30년 동안의 카타르 도하의 날씨를 데이터화하고, 스타디움을 가상현실로 만들어 내 최적화된 기류의 흐름을 찾기 위한 연구도 진행했습니다.

◇ 친환경 냉방의 미래
카타르 월드컵에 적용된 냉방시스템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놀랍습니다. 미래를 위한 친환경 냉방으로 전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답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은 지구온난화 등을 막고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효율적인 냉방 방법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카타르 경기장 냉방 시스템이 주목 받고 있는 이유죠. 현재 이 기술에 눈독을 들이는 나라는 중국, 미국, 멕시코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냉방 시스템을 농업에 적용하는 연구도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막이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기온이 높은 중동지역에서는 냉방 기술이 재배 작물 범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 기술은 불필요한 태양열 흡수를 줄여 작물재배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하는 온실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월드컵을 통해 등장한 개방형 경기장의 냉방시스템이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국가의 식량주권 확립에도 일조하게 되는 만큼 기계설비 기술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과 직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월드컵 축제가 기계설비 기술 발전을 견인할 뿐 아니라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이바지하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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