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설비공사를 분리발주로 수주해 진행할 때에는 ‘책임시공’이라는 주도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임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분리발주 공사임에도 불구하고 타 공종 작업을 주도하는 종합건설업체의 하도급 업체인 듯 수동적인 자세로 공사를 진행하는 업체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기계설비공사 분리발주를 선호하는 한 공공기관 관계자의 전언이다.

기계설비공종을 분리발주함으로써 발생하는 업무 발생에도 불구하고, 그가 분리발주를 선호해왔던 이유는 바로 시공업체와 직접 소통을 통해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고, 전문업체가 가지고 있는 시공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우수한 시공품질’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기계설비업을 비롯한 전문건설업에게 보다 높은 주체의식을 주문한 이유는 아직도 기계설비업계에 팽배해있는 하도급 업체로서의 마인드 때문이다.

기계설비와 유사하게 별도의 설계도서를 작성해 분리발주가 진행되고 있는 전기나 통신, 소방분야에서는 일찍이 해당 업종을 대표하는 법을 제정하고, 이를 근거로 시공기준을 마련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분리발주 의무화를 법에 담아냄으로써 종합건설업체의 하도업체가 아닌 스스로 ‘책임시공’을 담당하는 주체로 섰다는 평가다.

기계설비분야도 지난 2020년 4월 18일 기계설비법이 시행된 지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기계설비분야의 독립적인 법안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계설비법이 타 공종의 법들과는 다르게 ‘분리발주’ 근거를 담아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독립법안의 제정과 시행만으로도 기계설비인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가계약법·지방계약법은 물론 일부 지자체 조례 등에서 기계설비공사의 분리발주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별도의 설계도서를 가지고 있는 공종에 대해서는 분리발주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공공기관 관계자의 발언은 가슴을 뜨끔하게 한다.

그동안 다수의 기계설비업체가 하청업체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분리발주로 진행되는 현장에서도 수동적으로 공사를 진행해 온 습관이 남아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오랜 시간동안 하도급업체로 각인돼 온 선입견을 기계설비업계가 스스로 깨지 못한다면, 분리발주 환경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발주처에게 믿음을 줄 수 없을 것이다.

급격히 변화되는 건설환경에 대응하고, 기계설비업계의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같은 ‘주체의식 고취’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기계설비업계가 조속히 주체의식을 높여 전문건설인으로서의 자긍심과 권리를 확보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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