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대한민국이 각종 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름 시작 즈음부터 늦게까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내린 폭우에 아까운 인명을 잃더니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이태원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참혹한 압사사고가 발생해 국민 모두를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너무 큰 탓에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충북 괴산에서 같은날 오전에 발생한 규모 4.1의 지진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시켜줬다.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지진은 지난 2016년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이다. 일주일후 규모 4.5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이지역에서는 최근까지 6년넘게 3325차례의 여진이 발생하고 있다. 또 2017년에는 포항에서 5.4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전국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계속되고 있다.

경주 지진 발생에 앞서 2016년 4월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행정안전부는 같은해 5월말 지진방재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주요내용은 대국민 신속한 전파체계 구축과 함께 공공·민간 시설물 내진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신규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을 2020년까지 49.4%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주내용이었다. 이는 2017년 건축법 개정으로 이어져 모든 신규 주택과 연면적 200㎡ 이상의 소규모 건축물은 내진 설계를 하도록 의무화됐다.

이어 2018년 5월에는 포항 지진시 나타난 문제점을 반복하지 않겠다며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기간 단축 △‘지진 안전 시설물 인증제’ 본격 시행 △전국 단층연구를 2036년까지 완료하겠다는 내용의 지진 방재 개선대책을 발표하며 국민 불안을 잠재웠다.

그러나 4년여가 흐른 현재 정부의 지진방재대책은 목표치에 근접 조차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영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을 보면 올 6월 기준으로 전국 건축물의 내진율은 15.3%에 불과했다. 또 공공건축물 내진율은 19.0%인데 반해 공공건축물 동수의 30배가 넘는 민간건축물 내진율은 13.1%로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은 먼나라의 일이 아니다. 조선의 역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에 1500건의 지진이 전국에서 일어났다는 기록이 있고 그중에 가장 강한 A등급이 9건이나 발생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절대 방심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조만간 개최할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에서는 달라진 기상여건을 반영한 치수대책과 그에 따른 각종 건축시설기준은 물론 내진율을 높일수 있는 지진방재 대책도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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