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기획ㅣ서울기술연구원 박민철 도시인프라연구실 수석연구원

열수송관 파열상태 '부분 감지'는 무의미
'분포형 계측선' 간편한 설치·뛰어난 내구성 강점
10cm 마다 전류보내 손상 감지
기계설비 등 어디든 적용 가능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서울기술연구원에서 박민철 도시인프라연구실 수석연구원이 <기계설비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mjk@kmecnews.co.kr

2018년 12월 경기 고양시 백석역에서 발생한 열수송관 파열사고는 1명이 숨지고 5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으로는 노후화된 열수송관의 용접 불량이 지목됐다. 

‘땅속 지뢰’로 불리는 열수송관 사고는 언제 어디서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 없어 불안에 떨게 한다.

백석역 사고 이후에도 서울 목동, 경기 안산, 경기 성남 등 수도권에서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시 지하시설물 통합안전관리대책’을 수립하고 2023년까지 약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지하 안전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사고예방 기술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출범 1년을 맞은 서울기술연구원(원장 고인석)에서 이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사물인터넷(IoT)을 사용한 ‘열수송관 파열사고 예방 기술’이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서울기술연구원에서 박민철 도시인프라연구실 수석연구원을 만나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열수송관 유지관리 기술 부족

“열수송관 파열 사고를 하나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노후화된 배관도 문제지만, 계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이 집합돼 사고로 터진 거죠. 정부에서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술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30년 전에는 이런 기술이 없어서 열수송관 사고에 대한 대비가 힘들었지만, 요즘은 IT 기술이 충분히 뒷받침되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하 깊숙이 매몰돼 있는 열수송관은 점검자가 지상에서 지표투과레이더(GPR), 열화상 카메라 등을 이용해 지열 차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점검한다.

약 2m 깊이 땅에 매설된 열수송관 전체를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두꺼운 옷을 껴입고 열을 재는 셈인 것이다.

백석역 사고 역시 발생 8시간 전 열화상 카메라로 지열 차를 확인하는 육안 점검을 실시했지만, 별다른 위험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처럼 감지 전 급격하게 터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노후 열수송관에 대한 선제적인 관리가 부족해 ‘인재’로 이어졌다.

해답은 ‘분포형 계측선’

서울기술연구원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사물인터넷(IoT)을 접목시킨 열수송관 파열예방 기술을 개발했다.

열수송관 전체를 IoT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유지 관리한다.

일반적인 센서는 설치된 지점에서만 측정되는 지점형 센서이기 때문에 긴 관로의 손상 지점을 파악하기 힘들다.

이런 한계를 극복한 것이 ‘분포형 계측선’이다. 긴 전선 형태로 제작된 센서는 최소 10cm 구간마다 전류를 흘려보내 관로 손상 지점을 감지한다. 최대 적용 길이는 1km.

분포형 계측선(왼쪽)과 열수송관 파열사고 예방 기술 실험 장비. [서울기술연구원 제공]
분포형 계측선(왼쪽)과 열수송관 파열사고 예방 기술 실험 장비. [서울기술연구원 제공]

이와 함께 계측선으로 측정한 2차원의 전기파형 정보를 온도, 누수량 등 원하는 정보로 실시간 변환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관리자는 이 시스템을 통해 열수송관을 모니터링하고 손상 정보와 발생 지점 등 실시간 정보를 받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저희 연구원에서 이 기술을 개발할 때 주안점으로 둔 것이 전체 관로를 다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모니터링하지 않은 곳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이 기술은 의미가 없는 거죠.”라고 말했다.

설치는 간편하게 유지관리는 쉽게

‘분포형 계측선’은 열수송관의 공급관과 회수관 사이에 설치한다. 현장에서 매설하기 편하도록 롤 형태로 제작됐다. 흙으로 덮은 후 그 위에 계측선을 한 번 더 설치한다.

고온·고압의 온수가 순간적으로 누수될 시 지표면으로 터져 나오기 때문에 또 설치하는 것이다. 

“분포형 계측선의 장점은 간편한 설치와 뛰어난 내구성이에요. 계측선이 PVC로 피복돼 있기 때문이죠. 수명도 2~30년으로 긴 편입니다. 현재 테스트를 하면서 피복 성능 기준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서울기술연구원은 센싱 장비와 데이터를 원격으로 보내는 통신 장비까지 하나의 기기로 통합하는 연구개발도 하고 있다.

구조물이 10개라면 10개에 통신기기를 전부 설치해야 하지만, 하나의 베이스 장비에서 일괄 취합해 그 데이터를 무선으로 전송하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공공와이파이를 구축하고 있어 통신 비용도 크게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시공자를 위한 계측선 매설 방법도 연구 중이다. “서울에서 시공자분들의 환경이 매우 열악해요. 차량 통제에도 난리가 나죠. 제한된 시간 내에 시공을 마쳐야 하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시는 거예요. 시공자분들이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매뉴얼을 만드는 것도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분포형 계측선' 현장 시공 모습. [서울기술연구원 제공]

신규 열수송관 구간에 테스트베드 구축

현재 이 기술은 지난해 11월 서울에너지공사의 서울 중계~신내 신설 열수송관(80m) 구간에 시범 구축돼 있다. 박 연구원은 현장을 오가며 기술 업데이트와 함께 최적화 작업을 하고 있다. 실내에서는 별문제가 없던 기술도 현장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기에 안심할 수 없다. 

“5월쯤에는 완제품 형태로 만들어 8월경에 서울에너지공사에서 신규 신설하는 열수송관 구간에서 현장 실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현장과 완벽하게 부합하는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셈이죠. 차후 유지관리 부분도 서울에너지공사와 협의해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그는 이미 매립돼 있는 열수송관도 서울에너지공사와 협의를 거쳐  관련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계설비 등 타 공종 접목 가능

이 기술은 박 연구원이 대학 시절 하천 제방에서 홍수가 발생했을 때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보고 누수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연구하면서 고안한 기술이다.

“당시 센싱 기술로는 한계가 있었지만, 재작년에 백석역 사고가 발생하면서 지하시설물 유지관리 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죠. 특히 분포형 계측선이야말로 해답이다 싶었어요. 열수송관 뿐만이 아니라 상·하수도관 어디든 적용이 가능해요. 물이 새는 것을 감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건축물 내 기계설비(배관) 등 어디에도 접목이 가능하죠.”

서울시, 지하시설물 컨트롤타워 돼야

“저는 이 기술이 서울시에서 지하시설물을 통합 안전관리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하반기 현장 실증을 완료되고, 향후 지하시설물 유지관리 시스템과 연계된다면, 시민들이 느끼시는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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