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관계자 “현장설명서 불법요소 사전에 검토해야”

표준하도급계약서와 상이한 내용을 담은 현장설명서가 종합업체와 전문업체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본보 취재 결과, 올해 건설현장 분쟁 건수가 늘고 있는 추세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력난 등으로 인해 늘어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한 전문업체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하도급 대금 관련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2020년 14건에서 지난 2021년 33건으로 135% 급증했다. 특히 올해 1분기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50% 껑충 뛴 것으로 집계됐다.

하도급 대금 갈등이 증가한 이유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급원가 상승 근거 부재’로 협의를 거부하거나 조정 신청에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경영난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해당 현장에서 발생한 적자를 다른 현장에서 만회하던 건설업계의 관행만으로는 기업을 경영할 수 없다는 환경 변화가 나타났다는 의미다.

A기계설비업체 관계자는 “사실 적자시공도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만 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지만,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경영 한계에 내몰린 상황에서는 하도급업체만의 능력으로 한계를 극복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가 연동’ 등 표준하도급계약서에 입각한 현장 운영이 필요하다고 기계설비업계는 입을 모은다. 현행 법령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현장설명서부터 정상화시키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B기계설비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불법행위가 경영난 앞에서는 갈등의 요소가 된다”며 “고질적인 병폐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현장설명서 최종안이 담고 있는 문구의 적법성 여부를 종건사 본사가 마지막에 살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표준하도급계약서는 본사차원에서 체결돼 법적 검토가 이뤄지고 있지만, 현장설명서의 경우 본사가 초안을 검토하는 단계에 그치고, 최종 문구들은 개별 현장사무실이 실제 여건에 맞게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때 실정법과 다른 불법적인 요소들이 담기고 있다는 의미다.

분쟁조정협의회 관계자는 “현장설명서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며 “법을 초월하는 내용은 아무리 사인간의 계약이라 하더라도 불법이 될 소지가 충분한 만큼 현장설명서 문구도 법령을 중시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종건사 관계자는 “현장설명회는 여건에 따라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진행되고, 또 현설 문서를 본사를 안 거치고 사용하는 곳도 있는 등 업체마다 제각각 운영하고 있다”며 “현장설명서가 실제로 특약과도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건설현장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현장설명서 실태조사를 진행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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