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설비산업계 독보적 우주기업 자리매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달 21일 목표 궤도에 안착해 우주를 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자력으로 우주시대를 개막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을 쏜 셈이다.

대한민국 우주역사에 길이 남을 이번 프로젝트에 기계설비건설업계도 동참했다. 여기에 함께 한 ‘한양이엔지(주)’가 우주사업 개척을 위해 흘린 땀방울을 조명해 본다. / 편집자주

지난달 21일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누리호의 발사 장면. [연합]
지난달 21일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누리호의 발사 장면. [연합]

13년에 걸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었다. 모든 과정이 자체 기술로 진행된 누리호에는 국내 민간기업 300여개가 총출동했다. 기계설비건설업계도 참여하면서 누리호의 성공을 지켜봤다.

대한민국은 1톤(t) 이상의 실용 인공위성을 우주 발사체에 실어 자체 기술로 쏘아 올린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우주 강국 반열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리호 위성 모사체와 성능검증위성은 지표면에서 700㎞의 고도에서 초속 7.5km 안팎의 속도로 지구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기계설비 ‘탯줄’역할 톡톡
누리호 개발에는 각 산업체의 역량별로 업무가 분담됐다. 특히 발사대의 경우 기계설비건설업계의 기술력이 핵심분야에 적용됐다. 그 중심에는 한양이엔지(주)가 자리했다.

한양이엔지는 2021년 시공능력평가에서 6407억9971만원으로 1위를 기록한 기계설비건설업체다.

지난 1982년 한양기공으로 시작해 현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기계설비공사와 가스시설시공, 반도체 장비 개발을 다루면서 기계설비공사를 주력분야로 삼고 있다. 이제는 우주사업에도 기계설비 기술을 적극 적용하면서 기술력 과시뿐 아니라 사업 영역 확대를 확실하게 못박았다. 플랜트설비, 배관 공사 등 산업용 기계설비를 시공하면서 쌓은 기술력이 우주사업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한양이엔지의 우주 기술은 이번 누리호 발사에서 △발사대 추진제 공급설비 △가스 및 유공압 시설구축 △발사체 부품 개발 등 다방면에 적용됐다.

누리호 발사체의 핵심부품인 ‘엄빌리칼(Umbilical)’도 한양이엔지의 대표 개발품 중 하나다.
엄빌리칼은 발사체 옆에 서 있는 47m 가량의 녹색 타워다. 이곳에서 추진제에 연료와 가스 등을 주입하고 전기신호를 주고 받게 된다. 마치 탯줄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일반 건축물에서 기계설비가 핏줄과도 비슷한 역할을 맡았다.

한양이엔지는 또 △연소기 연소시험설비 △75톤, 7톤 지상 및 고공 엔진시험설비 △터보펌프 시험설비 △열제어 화재안전 시험설비 △각종 발사대 시험설비 등 기타 필수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역할도 맡았다.

한양이엔지 관계자가 누리호 옆에 설치된 엄빌리칼에서 연료주입 등을 살펴보고 있다.
한양이엔지 관계자가 누리호 옆에 설치된 엄빌리칼에서 연료주입 등을 살펴보고 있다.

◇20년간 뚝심으로 우주시대 개척
누리호의 엄빌리칼 장치를 개발하기까지 약 20년의 세월동안 한양이엔지는 한결 같은 뚝심으로 우주항공산업 발전의 역꾼으로서 자리를 지켜왔다. 2000년대 초반에 이뤄진 각종 우주 발사체 시험설비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한 계기가 오늘날의 영광을 맛보게 한 셈이다.

한양이엔지의 우주항공팀은 1990년대 초 가스플랜트 기반의 중부사업소에서 시작한 이후 2000년대 초반 우주항공팀의 별도 조직으로 구성해 나로호부터 누리호 발사 과정까지 참여했다. 반도체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업 규모가 작았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기술력과 기계설비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한양이엔지는 꾸준히 우주항공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기지인 나로우주센터가 건립된 이후 우주분야에서 한양이엔지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확대됐다. 전세계 13번째 우주센터인 나로우주센터는 총 부지면적 537만9592㎡, 연면적 8만9001㎡ 규모로, 우주 진출의 첫 관문기지답게 액체로켓엔진 개발을 위한 각종 시험설비를 갖췄다. 특히 2013년 국내 최초로 우주발사체인 ‘나로호’ 발사 이후 추진기관 시험설비 구축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나로우주센터에는 액체로켓엔진 개발을 위한 각종 시험설비가 마련됐다.

한양이엔지는 이 설비들 가운데 △연소기 연소시험설비 △터보펌프 실매질 시험설비 △추진공급계 시험설비 △발사대 공급설비 엔진 지상 & 고공 연소시험설비 △추진기관시스템 시험설비 △열제어 화제안전시험설비 등을 구축하고 시험운영을 책임졌다. 이전까지 고출력 엔진시험이 가능한 시험 설비가 없어 사실상 엔진 개발이 불가능하던 연구환경을 크게 개선하는 데 일조했다.

최근 발사된 누리호의 발사대도 현대중공업의 1차 협력사로, 발사대 구축사업에 참여했다. 특히 누리호 2차 발사 당시에는 추진제 공급설비를 담당하는 실무자 24명이 발사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성공을 지켜봤다.

◇우주기술 국산화 ‘성과’
한양이엔지의 우주사업 참여 성과는 ‘우주기술 주권 확보’다. 가스 및 유공압 시설구축 뿐만이 아니라 발사체 부품 국산화를 통해 진정한 우주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일등공신이 됐다.

대표적인 기술독립은 바로 누리호 발사체의 핵심 장치인 ‘엄빌리칼’을 개발했다.

추가적인 핵심 부품은 누리호의 엔진만을 위한 특수제작 고압 솔레노이드밸브류, 내부 압력 해제를 위한 벤트밸브, 발사체 내부의 온도 제어와 화재·폭발 방지를 위한 열제어·화제안전 시스템, 상단의 위성 대기환경 조성을 위한 MTU 커넥터 등의 여러 종의 부품을 개발해 성공적으로 납품했다.

한양이엔지는 우주사업에 앞서 축적한 반도체분야 기계설비 구축 노하우를 적극 활용했다. 반도체공장에 초고순도 가스와 화학약품을 전달하는 배관을 시공하던 경험을 발사체로 옮겨 적용한 것.

한양이엔지측은 이 배관의 경우 초저온이나 초고압을 견딜 수 있어야 하며 아주 청결한 상태로 기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발사체 시험설비도 이와 비슷한 조건을 요구하는 만큼 반도체 경험이 우주사업의 밑거름이된 셈이다.

지상연 한양이엔지 우주항공개발팀장은 “누리호 개발의 성공을 한양이엔지가 함께 누릴 수 있었던 것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주저하지 않고 도전했던 자세 덕분”이라며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이하며 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 됐으며 보다 적극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우주산업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다시 한 번 새롭고, 위대한 한걸음을 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뉴 스페이스 시대 준비
한양이엔지의 우주항공 매출은 전체 매출의 2~3%에 그친다. 2020년 기준 매출액은 7585억원이지만, 우주분야 매출은 약 220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우주항공사업 인력은 전체 인력의 10%로 높은 편이다. 전체 임직원 1013명 중 우주항공인력은 110명에 달한다.

지 팀장은 “한양이엔지의 가장 큰 장점은 항상 우주항공산업에 발을 두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뉴스페이스 시대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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