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욱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안종욱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1990년대 호주, 영국, 미국 등의 나라에서 건설산업의 생산성 저하, 수요 감소 및 성장성 둔화, 글로벌 경쟁력 선점 등이 이슈로 떠오르며 다양한 형태의 건설산업 혁신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영국은 1994년 ‘Con structing the Team’, 1998년 ‘Rethinking Construction’ 등을 시작으로 꾸준히 산업혁신 또는 산업전략 보고서를 발표하며 건설산업 발전전략의 좋은 사례가 되어주고 있다.

2012년 업계와 정부의 포럼으로 출발한 CLC(Construction Leadership Council, 건설 리더십 위원회)는 2013년 정부와 공동으로 영국 건설산업의 장기 로드맵인 ‘Construction 2025’을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서 2025년까지의 장기적 목표인 원가 및 생애주기 비용 절감(33%), 탄소배출 저감(50%), 공기 단축(50%), 수출 확대(50%) 등을 설정하였으며, 이는 2016년 ‘Government Construction Strategy 2016-20’, 2018년 ‘Construction Sector Deal’, 2020년 ‘The Construction Playbook’ 등의 굵직한 산업계획으로 이어지며 활용되고 있다.

영국은 건설산업의 중요성을 산업 참여자 간에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 20년 넘게 꾸준히 산업전략을 연마하며 지속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우리 역시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2009년 국토해양부 장관의 발의로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가 출범한 후 치열한 논의를 거쳐 글로벌 스탠다드 도입과 정착을 위한 ‘건설산업 선진화 비전 2020’을 발표했다.

이때 시작된 산업의 구조와 시스템 혁신이라는 방향성은 1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며 건설산업 정책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쳐 왔다.

우리 정부는 건설산업의 중장기 발전 로드맵을 제시하고 5년 단위 계획을 제시하고 있는데, 바로 ‘건설산업진흥기본계획’과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이 그것이다.

각각 건설산업기본법과 건설기술진흥법에 근거하여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립하게 되어 있다. 현재 제5차 산업진흥계획과 제6차 기술진흥계획이 모두 2018~2022년을 대상 기간으로 하고 있으며, 새로운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에 도달한 상황이다.

기본계획 이외에도 2018년 ‘건설산업 혁신방안’과 ‘스마트 건설기술 로드맵’, 2019년 ‘건설산업 활력제고 방안’ 등 다양한 산업정책을 꾸준히 발표하고 추진 중이며, 이에 따라 산업구조, 공정거래, 성장동력, 기술개발, 고부가가치, 건설안전, 산업육성, 건설인력, 제도개선 등과 관련된 각종 정책을 추진 중이다.

영국 사례에서 보았듯 산업전략의 성공에는 장기간에 걸친 산업 내부의 논의와 협력이 중요하며, 이러한 논의를 위해서는 미래비전이 필수이다. 산업의 미래 목표를 하나로 두고, 산·학·연·정 등 산업 참여자 전체가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2009년에 만든 선진화 비전 2020의 유효기간이 끝난 시점에서 정부는 ‘중장기 건설산업 발전방향 연구’에서 새로운 건설산업 미래비전을 수립하였다.

건설산업의 메가트렌드, 각종 진흥계획과 혁신방안 등의 정책이슈, 영국을 포함한 해외 산업전략 등을 종합하여 건설산업 중장기 발전을 위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우선 건설산업의 궁극적 목표를 “다양한 가치와 기술을 포용하여 국민행복을 건설하는 산업”이라는 비전으로 설정하였는데, 기존 각종 계획이나 정책의 비전을 포괄하면서도 산업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다.

향후 이러한 목표가 건설산업 정책과 계획에서 나침반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의 미래에 대한 전략적 구상에 협력하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고, 혼자서는 만들 수 없다. 함께 꿈꾸는 미래만이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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