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보면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풀어갈 수만은 없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설현장도 마찬가지다. 공정표는 마련돼 있지만 예기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하기에 지연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건설현장에서는 이러한 지연 발생이 거의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일단 지연된 공사를 제때 끝내기 위해 활용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건설현장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빚어지는 행태라 할 수 있다.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누군가의 노력이 수반되는 것은 당연지사. 그 노력은 대체로 ‘회복 공종’이라고 불리는 전문공종들에게 전가된다. 대표적인 공종이 바로 기계설비다.

기자는 ‘회복공종’이라는 어원 자체가 틀렸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선행공종이 늦어져 발생한 문제를 기계설비공종이 만회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물론 건설현장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본다면 그 구성원 중 하나인 기계설비공종에게 이를 만회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대가 없이 일방적인 지시로 행해지고 있기에 이는 부당하다고 본다.

이제 공사 지연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 지를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선행공종의 잘못이라면 해당 공종이 그 잘못을 책임지는 것이 옳다. 자연현상으로 발생한 지연이라면 발주처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기 준수를 압박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또 건설현장이 관리해야 하는 종합건설업계는 전문 공종이 투입된 이후에는 설계변경을 최소화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공사를 준비해야 한다. 

미국 건설현장에서 마주한 한 관계자는 “미국 건설현장은 준비작업에만 전체 에너지의 80%를 쏟아 붓는다. 그 덕분에 설계 변경이 없어 일정표대로 공사가 진행되고 마무리된다. 또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면 해당 공종에게 레터를 발송해 협의를 진행한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잦은 설계변경으로 진을 빼놓는 우리의 건설현장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기자의 이런 지적을 두고 ‘기계설비만의 이기주의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는 것도 분명히 말하고 싶다. 건설현장도 변해야만 한다. 관행대로 엎드리라면 엎드리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을 해야 하는 시대는 끝났다.

건설산업은 종합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 주종관계’가 아닌 ‘수평적 협력관계’로 봐야 한다. 전문이 없다면 종합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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