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산재한 건설현장에서 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갈등이 표출되며, 현장 중단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가속화되면서 더 이상 자재가격 인상분을 감당하기 힘들어진 전문건설업체(하도급업체)들이 물리적 행동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철근콘크리트 등 건설공사 중 주요공정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들이 원청사(종합건설사)를 대상으로 공사대금 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더해 레미콘 등 주요 자재업체들도 원자재 상승분을 공급가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며 공급 중단을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원청사인 종합건설사도 내놓을 수 있는 해법이 없는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발주처로부터 자재가 인상분에 대한 대금 조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원청사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자재가격 급상승은 발주처, 원청사, 하도업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그렇다고 한탄만 하고 있기에는 그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후속공정에 속하는 기계설비공사업계도 이미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A업체 임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주한 공사의 경우, 모든 공사현장이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예전 자재가격으로 공사 예가를 제시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수주전에는 아예 참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시장 상황을 인지한 정부가 건설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지만 뚜렷한 해결방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그나마 공공공사의 경우, 조달청이 수시 물가정보 조사를 통해 자재가격 인상분을 공사대금에 반영토록 유도하는 수준이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지금과 같은 급격한 자재가 변동분을 공사대금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러한 제도는 공공부문 뿐만아니라 민간부문까지 강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해법은 자율적인 ‘고통 분담’에 나서는 길 외에는 없어 보인다. 물론 ‘고통분담’에는 정부의 참여도 불가피하다.

비록 민간공사라 할 지라도 자재가 인상분을 공사대금에 반영해 조정하는 발주처와 원청사에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율적인 고통분담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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