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命下服(상명하복). 위에서 명령하면 아래에서는 복종한다는 뜻으로, 주로 상하관계가 분명한 조직문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결정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는 만큼 ‘권력 쏠림현상’이 빚어지는 병폐를 낳고 만다. 

윗사람이 권력에 욕심이 없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인간인즉슨 심적으로 유약한 동물로서, 권력욕에 한번 취하고 나면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쾌락에 젖어들게 돼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게 된다. 이것이 본능이다. 

이러한 상명하복 문화가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병들게 만들었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관계가 동등한 협력적인 관계가 아닌 상명하복의 관계로 고착화되면서 수급사업자의 울분이 쌓이게 됐다. 

사실 취재 현장에 ‘고분고분 말 잘 듣는 하도급업체’가 편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 취재를 하던 도중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해야하기에 평정심을 되찾고 질문을 이어갔다(취재를 해야만 기사를 작성할 수 있기에). 

모든 취재를 마친 뒤에 기사와 상관없는 몇 마디 질문을 던지고선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과거에는 명령만 하면 업체들이 따라왔는데, 요즘은 하나하나 일일이 설명을 해줘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번거롭고 귀찮습니다.’ 

구시대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동서양의 공통된 격언이라 할 수 있는 ‘사람 아래 사람 없고, 사람 위에 사람 없다’는 말을 새카맣게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산의 규모나 사회적 지위 등이 계층을 나타내는 도구는 절대 아니다. 만민이 평등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업체라도 수직적인 관계로 치부해서는 아니 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러한 ‘상명하복’식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갉아먹는 좀도둑과도 같다. 후진적인 문화로, 고등교육을 수료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미개한 사람’일 뿐이다. 

사실 곳곳에서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너보다 위에 있다’는 전제조건을 버리지 못한다면 작은 몸짓에 불과하다. 

과거 상명하복으로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면, 이제는 수평적인 관계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버려야 할 때다.

모두가 구태를 버리고 글로벌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 이러한 변화가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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