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쓰러지는 두발 자전거에 올라탄 심정으로 경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만난 한 중소 전문건설업체 대표의 넋두리다. 글만으로는 취재원의 심정을 담아내기 힘들지만, 기자가 느낀 어투에는 절박함이 크게 묻어 있었다. 

지금까지 취재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중소 전문건설업계는 모두 같은 심정을 토로했다. 수년이 지나도 억울함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사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표준하도급계약서가 유명무실하다는 점이 원인이다.

소수가,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는 계약을 잘못 체결한 사람의 몫이다. 하지만 대다수가 상당기간 같은 억울함을 호소한다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라 봐도 된다.

문제의 원인은 산업 구조상 약자인 점을 강자들이 악용하는 데에 있다. 약자이기에 대기업, 원청으로 불리는 기득권 세력의 파워게임에서 밀린다. 숫자는 많지만, 숨통을 소수의 강자가 쥐고 있는 탓에 알아서 길 수 밖에 없다. 

표준하도급계약서가 제아무리 의무화된 들 현장에서 하도급업체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하면 허울뿐인 장난에 불과하다. 안 하느니만 못한 장식품이다. 

정부는 ‘부당특약’을 사전에 점검한 결과 공공부문에서는 사라진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실상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하도급업체의 공공부문의 이득을 민간부문에서 갉아먹는 원청사들의 옹졸하고 치사한 수법을 그 누구도 밝혀낼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기자는 ‘약자에게 만큼은 법이 따뜻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의 강자들은 동물의 세계보다도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저 욕심으로 가득차 약자의 곳간을 빼앗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법을 모르는 무지함을 나무라기 전에, 법을 악용하는 사악한 무리를 먼저 나무라길 바란다.  평등 원칙도 절대적 기준이 아닌 상대적 기준을 적용해 약자를 먼저 보호해 주길 바란다.

또 ‘부당특약’ ‘특수조건’ 등을 설정하는 악의를 과감히 벌 내릴 수 있는 판례가 나와 한국경제에 경종을 울려주길 바란다. 여기에 법의 맹점과 상대의 약한 지위를 악용하는 것도 범죄로 규정해 철퇴를 내려주길 바란다.

하도급업체의 피와 눈물로 목숨을 연명해 가는 원청사를 근절하는 것이 건강한 산업구조를 만드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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