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예방을 취지로 마련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약 두 달이 다가온 시점에도 좀처럼 잡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애매한 법 조항을 들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며, 경영 총책임자의 처벌 수위 또한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안전사고를 내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극적인 경영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적용 대상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이다.

기업들은 저마다 안전 전담 부서를 만들고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를 세우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했지만, 안전사고를 드라마틱하게 줄이지는 못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27일부터 2월 26일까지 한 달간 산업재해 사망자는 42명(35건)으로 전년 동기(52명·52건)보다 10명 감소했다. 지난달 26일 이후에도 현대제철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근로자 4명이 다치는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법 조항 자체가 애매한 것과 면책조항이 없는 점이 골칫거리다.

이에 대해 노동부가 최근 해설서에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다면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법 위반으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그 의무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나 범위가 명시돼있지 않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로 ‘필요한’ 인력과 조직, 예산 등을 들고 있지만, 기업들은 ‘필요한’이라는 표현이 추상적이어서 실제로 얼마만큼의 인력과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경영계의 요구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입법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모호한 규정을 명확히 해 기업들이 납득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처벌이 아닌 ‘사고 예방’이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이번 기회에 더욱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관행처럼 이어온 시스템 때문에 근로자들이 위험에 내몰리고 있진 않은지, 현장에 안전 사각지대가 있는지 항상 살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간의 노동을 로봇이 대체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지만, 복잡하고 방대한 업무를 수행하는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 모두 ‘사람이 국가와 회사의 근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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