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어느 기계설비 업체에서 근무하는 대표의 탄식이 생각난다. “건설업체 대표하기가 무섭습니다.”

신년 초부터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산업계 전반에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건설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나는 일은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대로 진행되면 건설을 비롯한 철강, 조선, 중공업 등 중후장대 산업이 대폭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중후장대 산업에 속하는 업체들은 산업현장에서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현장에서 안전을 강조하더라도 예상 밖의 인명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개인 작업자의 단순 실수로 사망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지금과 같은 법 규정에서는 기업이 처벌을 피해갈 방법이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법인 대표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경영진에 직접적인 처벌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은 중후장대 업체들에게 심각한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적용 대상인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대표이사 또는 안전담당이사로 정의했다.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들은 전문경영인을 앞세워 처벌을 피해간다. 삼표산업의 사례가 그렇다. 

앞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회사 대표라는 이유로 마녀사냥을 당하는 CEO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그렇다면 산업 특성상 인명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중후장대 업체의 대표를, 누가 하려고 할 것인가?

이제와서 현행법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엔 시기가 너무 늦었다. 하지만 중후장대 산업군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올해 초 포스코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발동 전이어서 대표 처벌을 면했지만 앞으로는 어쩔 것인가. 

인명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측에서 안전 관리 규정을 마련하고 성실히 수행해왔다면 대표 처벌을 면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는 그러지 못 할까봐 걱정이다. 중후장대 업체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엄청난 마녀사냥이 일어날 게 뻔하다. 이는 중후장대 산업의 대폭적인 위축을 불러올 것이고, 나아가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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