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임아영 기자.
경향신문 임아영 기자.

지난 6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서프사이드에 발생한 12층짜리 아파트(콘도미니엄) 붕괴 사고가 두 달째를 맞이하면서 그 원인에 대한 분석 보도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에서 지난해 지면 콘크리트 슬래브에 드릴 작업을 했던 한 기술자는 방수층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는 콘도미니엄 이사회에 이를 보고하기도 했다. 

해안가에 위치한 건물의 특성상 방수층은 중요하다. 빗물뿐만 아니라 염분기가 있는 바닷가의 물보라가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사이로 습기가 스며들면 철근이 부식돼 파손되거나, 녹이 슬고 팽창해 철근을 둘러싼 콘크리트가 깨진다. 붕괴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콘크리트 슬래브의 두께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 

슬래브는 0.75인치의 두께로 설계됐지만, 당시 건축 법규는 최소 1.5인치를 요구했다. 붕괴된 부분의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 역시 가로세로 16인치였는데, 무너지지 않은 건물의 부분이 24인치였던 것과 대조된다. 

또 무너진 건물 부분에는 바람이나 지진 같은 수평력에 저항하는 전단벽(shear wall)이 1개뿐이었는데 무너지지 않은 건물의 부분에는 3개가 설치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전단벽이 더 있었다면 최소 붕괴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건물이 지어진 1981년에는 건축 규정이 엄격하지 않았다. 

1979년만 해도 사우스플로리다의 건축법은 야외 콘크리트 슬래브에 방수층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40년 전의 기본적인 건축 법규는 충족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안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은 무시됐을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외벽 아래 부분의 구조나 방수층은 뚫어보지 않는 한 위험성을 알기 어렵다.

WSJ와 인터뷰한 한 전문가는 “콘크리트 두께가 얇거나 방수층이 부족한 건 플로리다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건물이 붕괴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WSJ는 누적된 잘못들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생긴 비극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건축가와 수석 구조기술사 등 주요 인물들은 사망한 상태다. 붕괴된 건물은 ‘사우스’와 ‘노스’ 두 채가 같이 지어졌는데, 여전히 노스 타워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미주리 콜롬비아=임아영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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