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기, 조형상황 lll-보르도의 10월, 단채널 비디오(4:3), 마스터 필름 16mm, 10분 37초, 1973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순기, 조형상황 lll-보르도의 10월, 단채널 비디오(4:3), 마스터 필름 16mm, 10분 37초, 1973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기계설비신문 김민지 기자]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미술언어 탐구에 힘쓴 작가 김순기(73) 회고전 '게으른 구름'이 31일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에서 개막한다.

서울대 서양화과 졸업 후 1971년 프랑스로 넘어간 김순기는 68혁명 이후 자유롭고 지적인 토론이 활발하던 남프랑스에서 철학자, 예술가 그룹과 교류했다.

1980년대부터는 파리 교외 비엘 메종의 농가를 개조한 작업실에 거주하면서 동·서양 철학, 시·공간 개념 탐구 등을 바탕으로 정형화할 수 없는 예술과 삶의 관계를 고찰해왔다.

전시명 '게으른 구름'은 김순기가 쓴 동명의 시 제목으로, 작가가 지향하는 예술의 의미, 삶의 태도를 은유한다. 작가에게 게으름이란 타자가 규정한 틀에 갇히지 않고, 삶의 매분 매초가 결정적 순간임을 긍정하며 사유하고 행동하는 일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러한 작가의 예술세계를 회화, 설치, 영상,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여준다.

서울관 지하 3층은 '일화(一畵)-활쏘기와 색동', '조형상황', '빛과 시간으로 쓴 일기' 3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일화-활쏘기와 색동' 공간은 황학정에서 국궁을 수련한 작가가 색을 탐구한 회화와 퍼포먼스 영상 '일화', '만 개의 더러운 먹물자국' 등을 선보인다. '조형상황'에서는 1971∼1975년 남프랑스 해변 등에서 현지 예술가, 관객들과 함께한 퍼포먼스를 소개한다.

'빛과 시간으로 쓴 일기'에서는 1987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 출품한 '준비된 피아노'(1986), '애주-애주'(2013), 'Gre Gre'(1998)를 소개한다.

7전시실은 실험적인 영역에 도전해온 작가의 예술적 여정에 집중한다.

1975년 한국 첫 개인전 '김순기 미술제', 1986년 존 케이지, 다니엘 샤를 등을 초청해 개최한 멀티미디어 페스티벌 '비디오와 멀티미디어: 김순기와 그의 초청자들' 자료 등이 전시된다.

미디어랩에서는 '신자유주의 시대, 예술의 의미'를 주제로 비디오카메라를 메고 세계를 일주하며 촬영한 '가시오, 멈추시오'(1983), 호주 원주민 제의를 '하늘 땅, 손가락'(1994)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마당에서는 2019년 현재의 시간과 공간을 고찰한 신작 퍼포먼스 '시간과 공간 2019'이 소개된다. 다음 달 8일에는 로봇 '심심바보 영희'와 무당 김미화가 등장해 신작 사운드 퍼포먼스를 직접 선보일 계획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예술가이자 시인, 연구자 김순기가 평생을 걸어온 일상과 실천으로서의 예술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라며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기계설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