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석 세일이엔에스 대표

1973년 기계설비업계에 첫 발
34년만인 2007년 대표자리 올라
작년 기준 2000억대 매출 돌파
전직원 대상 스피치 교육 '성과'
당진에 모듈화공법 부지 마련도

“남성들로 구성된 기계설비업계에 힘들 수도 있지만 유일한 여성이기에 그만큼 주목받습니다. 특히 여성으로서 섬세한 면을 지녔다는 것도 제가 지닌 경쟁력입니다.”

지난달 6일 세일이엔에스 사옥에서 만난 심기석<사진>대표에게 여성CEO로서의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가 소녀처럼 웃으며 이같이 답했다.

심 대표는 1973년 열아홉살에 처음 기계설비업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34년 만인 지난 2007년 대표 자리에 올라 기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이 자리 오게 될 줄은 몰랐다. 다만 첫 입사 당시 경리 등 관리업무로 시작해 점차 견적, 구매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회사 전반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13년째 세일이엔에스를 경영해 온 그는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성과는 결코 하룻밤 벼락치기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가 치열하기 때문에 계산적으로 살 수 없었다. 그래서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지내다보니 그 모습을 본 상대에게 신뢰를 얻었다”라고 심 대표는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2000억대 매출을 돌파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교육’에 있다. 삼성이 운영하는 멀티캠퍼스에서 직원 역량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지원한 것이 일례다. 특히 스피치는 빼놓을 수 없는 사내 교육 커리큘럼이다.

세일이엔에스는 매달 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회의에서 3분 스피치, 1분 스피치를 시행했다. 연사로 나설 직원은 당일 무작위로 결정된다. 매순간 직원들은 떨림의 순간을 느끼고 있었지만, 내부에서 단련된 덕분에 외부 행사에서 당당함으로 무장하게 됐다. 

그는 “과장이든, 대리든 회사 밖으로 나가면 그 직원이 회사를 대표하는 것이다. 인사부터 맺음말까지 중언부언하지 않고 말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세일이엔에스’가 상대의 뇌리에 남게 된다”라며 스피치를 시행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선두에 서서 직원들을 강인하게 이끌어가는 모습 이면에는 ‘부드러움’도 존재했다. 

심 대표는 “창립 40주년이 되던 해인 2010년 전 직원들과 백두산에 다녀왔다”며 “10년 전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18001) 인증을 받고, 이듬해 절감한 공상비 2억원을 직원들과 공유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돈 100만원을 줬다면 한 순간에는 좋았겠지만 의미가 퇴색됐겠지만, 2박 3일을 함께 보내는 경험은 역사이자 추억이 돼 더 큰 원동력으로 돌아왔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공장에서 제작해 조립하면 시공이 끝나는 시대가 온다”라며 “향후 건설산업도 자동차산업처럼 부품산업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계설비법 시행 등 다가올 변화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기 위한 기술 혁신에 나서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그 역시 모듈화 공법에 관심을 갖고, 충남 당진에 모듈화공법을 위한 4만2975㎡(1만 3천평) 규모의 부지를 마련했다. 

동시에 제2의 인생도 조금씩 구상 중이다. “업계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4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언제까지나 일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은퇴 이후에는 좋아하는 글쓰기와 등산을 다니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저서한 ‘안나푸르나는 푸르던가요?’ ‘후지산 등반기’ 책을 기자에게 꺼내 밀었다. 2017년 3월과 2018년 7월 다녀온 산행이었음에도, 여전히 생생한 기운이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족과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심 대표는 “남편이 제가 회사 생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딸들도 어엿한 사회인이 된 뒤 엄마를 이해하고 응원해 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직원들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존경받은 CEO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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