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 10일 종료된 정기국회에서 중소기업(50~299인) 주 52시간 근로제 최종 보완 입법을 외면하면서 결국 빈손으로 올해가 마무리됐다.

앞서 정부는 중소기업에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는 계도기간에만 처벌하지 않을 뿐 사실상 제도는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여러 불만이 제기됐다.

사실상 정부 정책이 실제 업계와는 전혀 소통되지 않는 일방통행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사기간이 정해진 건설 현장의 경우 주 52시간 근로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이로 인한 비용은 건설사가 떠안게 되고 울며 겨자 먹기식의 ‘채용’을 강행해야 한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 있지만, 이는 어불성설인 셈이다.

피해는 건설사 뿐만이 아니다.

피라미드 형태를 띠고 있는 업계에서는 하도급사 또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공사 기간 연장 시 발주 기관은 공사비 추가 지급 의무사항이 없고 종합건설사들 또한 하도급사에 그 피해를 전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책임 전가의 행태들은 시공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다. 단축된 근로시간에 맞춘 무리한 시공은 근로자 사고로 직결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이 노사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중견·중소기업에서는 초과근로 수당이 근로자의 생계를 지탱하는 경우가 많다.

대책 마련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녁 있는 삶’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이라는 다소 경직된 규제보다는 근로시간 계좌제도 등 유연한 규제가 필요하다.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주 40시간 근로를 기본으로 하되 노사가 합의할 경우 연장근로를 최대한 허용하고 있다.

또 탄력적 근로시간제 운영 기간을 늘려 개별 기업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근로시간 저축계좌제가 대표적이다.

특정 기간에 일을 많이 한 근로자가 그 시간만큼 나중에 휴가로 사용하거나 미리 휴가를 쓴 뒤 근무시간 외 추가 업무로 보충 가능하다.

실제로 프랑스, 핀란드, 일본 등에서는 탄력적 근로제를 1년 단위로 운영하고 있다. 한 달이든 1년이든 특정 기간을 정해 총 근로시간만 넘기지 않으면 된다.

특정월이나 계절에 일감이 몰리는 건설업계 등은 집중적 연장근로가 필요한 대표적인 업종이다.

장시간 근로 관행은 개선돼야 할 숙제다.

주요 선진국이 우리나라에 비해 근로시간이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유지가 잘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딱딱한 규제에서 벗어나 과감한 보완책을 수용해 주 52시간제 문제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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