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쳐갈 100년 - 창의적 융·복합 인재, 4차 산업혁명시대 이끈다

교육부, 미래대비 '대학혁신 지원방안' 발표
정원내 융복합 학과 허용... 설치요건 완화

'공학인증제' 획일화 교육 한계 드러내 '아쉬움'
주변학문 이해도 높은 인재육성 커리큘럼 절실

대한민국 산업계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하고 있다. 교육현장도 ICT를 활용해 혁신의 불을 지피고 있다. 교육당국도 대학 혁신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되던 교육현장과 산업현장의 괴리를 좁히기 위한 시도다. 기계설비신문은 창간을 기념해 공학 인재 육성을 통한 산업 발전 기반의 틀을 만들고자 대학교육 여건을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한국 대학의 공학교육은 과거나 지금이나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채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 공학인증제도를 도입해 기업에서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육성한다고 큰소리 쳤지만, 이 역시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기술, 산업간 융·복합이 핵심인 상황에서 기존 커리큘럼만으로는 감당하기가 버겁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융·복합 인재가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의 자율성과 유연한 학사제도가 요구된다. 하지만 학생들의 성적을 판가름하는 현재의 정량 평가 방식으로는 창의력 등을 점수 매기기가 불가능하다. 특히 공정성 시비 등의 문제는 넘지 못할 벽이다.

정부도 시대 변화를 인지하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교육부는 지난 6일 인구구조의 변화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대학 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대학의 융합학과 설치 요건을 낮추고 지방자치단체, 지역 기업으로 이어지는 지역대학 혁신 체계를 본격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래 대비 교육·연구 혁신 △지역 인재 양성 혁신체제 구축 △자율·책무의 혁신 기반 조성 △인구 구조 변화 대응 등 4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는 미래 대비 교육을 위해 기존 정원 내에서 융합학과 설치가 허용된다. 예를 들어 기계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를 융합한 인공지능(AI)학과를 대학이 자유롭게 개설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집중이수제, 융합전공제, 학습경험 인정 확대 등 유연한 학사제도를 대학 교육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한 '학사제도 운영 컨설팅'에도 나선다.

이밖에 지역의 대학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협력 체계를 조성, 지역 기반 산업의 혁신도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가칭)'이 시작돼 지역 단위의 협업 플랫폼을 구축한다. 대학과 지자체가 주도해 지역별 여건과 실정에 맞는 발전 계획을 수립, 추진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이 지원하겠다는 것.

유은혜 교육부 장관 겸 부총리는 “대학 위기는 곧 국가 위기”라면서 “대학이 살아야 우리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를 길러 낼 수 있다”라며 대학 교육 혁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 역시 미래의 공학교육의 핵심인 대학의 자율성과 융·복합을 지원하기에 부족하다. 하드웨어(융합학과)는 마련했지만, 소프트웨어(평가 방식 등)를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무엇보다 정부 재원 지원 등에 발목 잡힌 현실에서 대학에게 자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래 시대의 변화에 대응보다는 정부 기준에 부합한 수준만 유지하면 현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달콤함에 취해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만 쫓아가야 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공학인증제도 역시 공학교육을 획일화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 역시도 제도화된 커리큘럼에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학교육에도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 기술간 융·복합이 이뤄지는 만큼 전공과 주변 학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실제로 과거에는 기계공학과 같은 단일 학문만 전공해도 충분했지만, 앞으로는 정보통신기술(ICT) 등 주변 학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커리큘럼이 필요한 셈이다. 산학간 눈높이 격차를 줄일 방안으로는 지식 교육보다는 창의적 인재를 육성할 문제 해결 역량을 높일 집중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그 방안으로는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이 거론된다.

서울 S대학 교수는 “2000년대 초반에는 ‘인문학을 겸비한 공학도’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최근에는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기초 지식에 주목한다”라며 “새로운 것을 구현할 창의적인 힘을 갖췄는지가 앞으로 중요한 덕목이다. 수능에 올인하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을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 등 기계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창의력을 갖춘 인재가 미래시대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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