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人文) 스토리] ①마음을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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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人文) 스토리] ①마음을 내다
  • 기계설비신문
  • 승인 2019.11.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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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문화로드 대표​​​​​​​교육학 박사
이소영
문화로드 대표
교육학 박사

베푸는 것은 많고 적음보다 상대방이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중요하다.
(여불기중소 기어당액 與不期衆少 基於當厄) - 중산책(中山策)

춘추전국시대 중산국 왕이 초나라의 침략에 쫓겨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을 때 누군가 나타나 도왔다.

도운 이에게 이유를 묻자 예전 부친이 배고픔에 쓰러졌을 때 왕이 찬밥을 주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이는 크게 남을 돕는 것보다는 필요할 때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도움은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필요할 때, 거기에 꼭 알맞은 도움을 받게 되면 이를 마음에 새겨 잊지 않지만, 넉넉한 사람이 별반 힘들이지 않고 크게 기부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잊어버린다. 따라서 도움의 손길은 상대가 필요한 것을 헤아려 베풀어야 한다.

요즘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가 있는데 제목이 '동백꽃 필 무렵‘이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동백이는 옹산이란 마을로 이사와 술집 ‘카멜리아’를 연다. 건물주인 노규태 사장은 동백이와 그녀의 아들 필구를 보며 ‘바깥양반이 안보이셔’라고 말한다. 가족이란 으레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녀로 구성된 형태여야 한다는 선입견이 담겨있다. 이 드라마의 재미요소는 여러 가지이지만 내가 느끼는 첫 번째 재미는 가족의 형태에 있다. 

사람들은 마을에서 하나뿐인 술집을 운영하는 동백이가 자신의 가족을 위태롭게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말과는 달리 옹산의 가족의 형태는 이미 흔들리고 변해가고 있다. 가령 동백이와 동거하다 헤어진 강종렬과 그의 아내 제시카는 쇼윈도 부부이고, 남자주인공 황용식은 유복자로 그의 어머니 곽덕순은 혼자서 세 명의 아들을 키웠으며, 건물주 노규태는 변호사 아내에게 이혼 당한다.  

두 번째 재미는 부모들의 삶과 현재 자식의 삶을 대비해서 보여준다는 점이다. 30여 년 전 사람들은 용식이 아버지의 죽음이 과부팔자 때문이라고 하면서 용식이 엄마 곽덕순을 희생양으로 만든다. 현재 주변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자 동백이는 스스로가 재수가 없어서 그렇다고 자책한다. 하지만 동백이를 좋아하는 용식은 자신이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미안해한다. 

마지막 재미는 드라마의 공간적 배경인 ‘옹산’이다. 동백이의 첫사랑 종렬은 옹산이 씨족사회와 같은 동네라며 아이를 낳으면 옹산에서 키우자고 말했다. 옹산에 사는 사람들은 혈연으로 맺어진 씨족사회처럼 서로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 있다. 흔히 얼굴은 알아도 마음은 알 수 없다고 하는데, 옹산에 사는 사람들은 마음까지 헤아린다. 겉으로는 동백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흉을 보지만 은근슬쩍 동백이와 필구가 필요할 때마다 소소한 도움을 베푼다. 

이처럼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우리 안전지대 역할을 했던 가족의 형태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불행의 원인을 곽덕순같은 약자에게 모두 뒤집어 씌웠다면 현재에는 동백이같은 약자가 겪는 괴로움에 용식이처럼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가족이 담당했던 개인을 지지하고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확대해서 이웃들이 함께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백이는 27년 전 엄마에게 버려진 아이다. 그리고 미혼모로 아들 필구를 키우고 있다.

사실 고난에 처한 사람이 착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동백이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도와줄 뿐만 아니라 속임을 당하고도 원망하지 않는다. 동백이가 하는 술집 카멜리아는 동백꽃이란 뜻인데 그 꽃말은 ‘당신을 사랑합니다’이다. 동백이가 먼저 옹산 마을 사람들에게 마음을 내보이고 있다.

사람들이 점점 인정도 없어지고 삭막해진다고 말한다. 각박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큰 베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동백이처럼 먼저 마음을 내어 필요할 때에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동백꽃은 추운 날씨에 꽃을 피워 사람들에게 붉은 향기를 전한다. 얼굴만 알고 지내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필요한 도움의 손길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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