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공정거래센터 자문변호사(법무법인 법여울 대표변호사)
박영만
한국공정거래조정원
하도급분쟁조정위원장
(법무법인 법여울 변호사)

공사도급계약을 합의해지(타절)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공사도급(기계설비)계약도 계약의 하나이므로 일반 계약서에서와 마찬가지로 이행지체나 이행불능과 같은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사도급계약의 경우에도 이행지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민법 제544조에 따라서 상대방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한 후에야 적법하게 해지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4. 4. 12. 선고 93다45480 판결).

또한 속칭 ‘타절’이라는 명칭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공사도급계약의 해지는 합의에 의해서도 가능한 바, 이는 계약자유의 원칙으로써 도급계약의 당사자는 해지사유를 불문하고 언제든지 합의에 의하여 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계약당사자의 귀책사유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합의해지를 하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계약당사자의 일방의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에 이를 이유로 하여 합의해지하는 경우에는 귀책사유가 있는 상대방에게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종종 문제가 됩니다.

왜냐하면 계약당사자간에 ‘타절합의서’를 작성해 놓고는 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에 관하여 매우 명확한 견해를 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공사도급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이 문제되어 ‘합의해지’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계약이 합의해지된 경우에는 그 해지시에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하기로 특약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유보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등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89. 4. 25. 선고 86다카1147, 다카1148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합의해지시에 귀책사유가 있는 당사자에게 공사도급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합의서’에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거나 합의에 의하여 해지하더라도 손해배상청구권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공사계약의 ‘타절합의’ 후에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를 상대로 공사이행보증서를 돌리는 등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좀 더 나아가 흔히 계약서에 계약의 해지사유를 명기하고 그와 같은 사유가 발생하면 어느 일방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약정해지권 조항에 따라서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에는 이는 원칙적으로 상대방의 귀책사유에 의한 해지가 아니므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약정해지권 조항이 채무불이행 이외의 별도의 해지권을 보유하는 특약이 아니라 채무불이행을 사유로 하는 법정해지권 발생조항을 구체화 한 것에 불과하고 해지의 의사표시에서 사실상 법정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대법원 1994. 12. 12. 선고 93다 60632 판결).

즉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전제로 약정해지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따로 청구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하고 있는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내지는 국계법에 따른 계약예규인 ‘공사계약일반조건’에는 도급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약정해제 사유를 규정해 두고 있는데, 위 판례의 취지에 의하면 약정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유 중 “수급인 또는 계약상대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약정한 착공기공일을 경과하고도 공사에 착수하지 아니한 경우”, “수급인 또는 계약상대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인하여 준공기일 내에 공사를 완성할 가능성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는 법정해제 사유인 이행지체를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사유가 발생하여 해제를 하는 경우에는 법정해제권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도 합의해제를 하는 경우에는 귀책사유있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합의서에 손해배상을 하기로 특약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유보하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해두어야 합니다.

결국 위와 같은 사례들이 주는 교훈은 공사계약을 합의해제(타절)하는 경우에는 합의서에 반드시 기성대금의 정산관계나 손해금에 관하여 명확하게 명시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합의서면의 작성시에 향후 분쟁의 여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확한 문구를 명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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