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욱 교수<br>(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br>
정동욱 교수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오늘날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의 화두는 단연코 탄소중립이다.

1979년 최초의 세계기후회의가 열린 이후 십 수차례나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 끝에 2015년 파리협약에서 온난화 방지 목표로 2100년까지 섭씨 2도 상승을 195개국이 동의했다. 이 파리기후협약이 탄소중립이라는 에너지 정책으로 구현되고 있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무탄소 전력 공급을 위해 원자력 지원에 나섰고, 영국은 풍력과 원자력을 탄소중립의 축으로 삼고자 한다.

캐나다는 원전개발을 위해 전 세계 원전 개발자들에게 안전성 검토를 지원해주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이 원자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원자력 이용 강화의 중심에 소형모듈원전이 있다. 소형원전은 대략 300MW 이하 규모의 원전을 말한다. 

소형이라 안전 여유가 크고 방사성 물질량이 작아 안전에 유리하다. 모듈형으로 원자로를 여러 개 묶어서 하나의 원전으로 만들어 시장 수요에 맞게 제공할 수도 있다. 

석탄화력 발전소의 규모는 대개 500MW 이하이기에 탈탄소로 퇴출하는 발전소를 대체하기에 알맞다. 모듈방식으로 건설 기간이 대형 원전의 절반 이하로 가능하다. 

이런 소형모듈원전의 사례는 미국 뉴스케일 원전이다. 60MW 원자로 12개를 묶어서 720MW 원전을 짓고자 한다. 영국은 핵잠수함 기술을 바탕으로 소형원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전이 주목받고 있으나 문제는 경제성이다. 미국 전력연구소(EPRI)는 원전의 시장 경쟁력 기준을 kW당 건설비 4000 달러로 본다. 전 세계 50여종이 넘는 소형원전이 개발 경쟁을 하고 있지만 아직 이 기준을 맞추는 소형원전은 없다. 

소형원전을 전통적인 전력시장용 보다는 원격지 전력공급이나 선박용 등 특수용으로 보아온 이유다. 

그러나 소형원전은 표준화를 통한 대량생산이 용이해 시장 개척에 성공하면 생산규모의 경제와 제작건설의 학습 효과로 빠르게 경제성을 갖출 가능성이 높다.

소형원전의 경제성은 ‘모듈화’에 달렸다. 대형 원전도 모듈화 할 수 있으나 기기가 크고, 표준화 하여 반복 생산 하는 수량이 적어 모듈화의 효과가 작다. 소형원전이 모듈화에 유리한 이유다. 

모듈화에는 계통의 모듈화와 기기의 모듈화가 있다. 계통의 모듈화는 시스템 설계에서 고려된다.

여러 개의 원자로를 묶어서 하나의 발전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 그 예다. 기기의 모듈화는 대형기기는 나누고 소형기기는 조합하여 현장에서 쉽고 빠르게 조립하도록 제작하는 것이다. 

여기에 기기에 붙는 전기설비와 제어장치 및 구조물까지 하나의 모듈로 만들어 건설 현장에서 동시에 조립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이런 원전 계통기기의 모듈화 설계 및 제작은 원자력과 기계설비 산업에 새로운 도전이다. 

다소 늦었지만 우리도 소형모듈원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4일 ‘혁신형 소형모듈원전’을 주제로 국회 포럼이 열렸다. 

우리나라 원자력의 두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연구원은 경험과 기술을 합쳐 다가오는 소형원전 시장을 위해 협력을 다짐했다. 

국회도 관심을 주고 있으니 원전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소형모듈원전을 통해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뿐 아니라 원자력과 기계설비 산업의 새 지평을 열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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