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민수<br>​​​​​​​에너지전환포럼 이사(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br>
황민수
에너지전환포럼 이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이 시대를 관통하는 화두가 되면서 논쟁이 뜨겁다.

이런 논쟁에서 중요성에 비추어 소외된 주제가 ‘에너지효율’이다.

에너지효율은 EU 등 많은 선진국과 우리나라 환경부의 ‘그린 뉴딜 핵심목표별 시행계획’ 등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보다 앞서 다루는 첫 번째 의제다.

소외된 주제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에너지효율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집약도(Energy Intensity)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집약도는 국내총생산(GDP)의 일정 단위(1000달러) 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의 양으로 ‘에너지원단위’라고도 한다. 에너지 집약도는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국민경제에서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비중이 작을수록, 동일 산업 내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수록 낮아진다. 

EU와 일본, 캐나다, 미국 등에서는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탄소세, 탄소 국경세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4월 1일 전경련의 ‘탄소세 도입 영향 추정’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내 20대 기업의 탄소배출 총량은 약 4.1억톤으로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절반을 넘고 있다. 탄소배출 1위 기업인 포스코의 경우 8148만톤으로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약 10% 이상을 배출하고 있다. 만약 포스코가 에너지절감과 에너지효율화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50% 줄인다면 국가배출량의 5%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지난해 탄소중립 선언이후 정부는 각종 대책과 계획, 로드맵 등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에너지효율화에 대한 비용 대비 감축량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이 없다.

정책적 우선순위도 낮고 예산도 적다. 이렇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 사업추진을 하려는 정부, 지자체 등은 적정하게 사용할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고 에너지효율화 사업을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큰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가 되었다.

비관적 평가일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의 에너지 효율화 정책은 우리나라를 탄소중립 국가도 인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4월 22일~23일 백악관에서 주최하는 기후 정상 회담에 앞서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 발표할 예정이다.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 시절 감축 목표인 2005년 대비 2030년 26~28%의 두 배 정도인 2005년 대비 2030년 48~53%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에너지효율화, 전기차 전환, 재생에너지 확대가 지금의 약 두 배가 되어야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제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탄소 국경세, 탄소세, 미국의 압박이라는 시한폭탄의 초침은 우리 내부 사정에 관계없이 째깍째깍 움직이고 있다. 효과 없는 정책과 공허한 목표는 더 이상 필요치 않다. 허비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

보궐선거 등을 보면 소위 진영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탄소중립이라는 당면한 논의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공통적인 출발점이 필요한 때다.

더 이상 미룰 것이 아니라 당정, 정책입안자, 국민이 둘러앉은 테이블 위에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전환, 재생에너지 보급과 관련된 숫자들을 올려놓아야 할 때다.

정부, 지자체 등은 효과적인 사업에 투입할 만큼의 예산이 확보되어야 하고 비즈니스 모델이 넘쳐나는 에너지효율 시장이 조성되어야만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란 무엇인가의 저자 바츨라프 스밀은 ‘거시적 에너지 전망과 단기적 예측오류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인간의 존엄과 적절한 삶의 질 유지, 생물권의 통합성 보전이라는 목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한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목표의 달성 여부를 떠나 기후위기 대응과 미래 세대의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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