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호 박사<br>(법무법인 정률 전문위원)<br>
정녕호 박사<br>(법무법인 정률 전문위원)<br>

계속비란 회계연도를 넘어서 계속적으로 지출하는 경비를 말한다. 국가의 세출은 각 회계연도마다 예산을 편성하고 매년도 국회의 의결을 거치는 것이 원칙이나, 계속비는 장기사업의 경우 경비의 총액 및 연부액을 정하고 미리 국회의 의결을 거쳐 수년도에 걸쳐 지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편 이와 유사해 보이나 이행에 수년이 필요한 계약을 각 회계연도 예산의 범위에서 집행하는 것을 장기계속계약제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장기계속계약제도와 유사한 것으로 미국의 다년도계약(multi-year contracting)제도, 일본의 장기계속계약제도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제도 모두 물품이나 서비스에서 사용되는 계약제도들이고, 우리나라와 같이 공사분야에서 사용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분산투자로 인한 예산낭비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건설공사에서 장기계속계약은 총사업비 예산이 미리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행에 수년이 필요한 계약이 체결됨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돼 왔다. 참여연대가 발표한 2019년 준공한 공공건설공사 49건 사업에 대한 분석결과를 보면, 장기계속공사 41건 사업의 공사비 증가분 중 물가상승액 비중은 47.7%다. 반면 계속비공사에서의 공사비 증가분 중 물가상승액 비중은 16.4%다. 이는 결국 공사기간 지연으로 인해 국가예산이 낭비됐음을 의미한다.

국가재정법은 완성에 수년이 필요한 공사나 제조 및 연구개발사업은 계속비로 지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국가계약법에서도 이러한 국가재정법의 취지에 따라 계속비사업에 대해는 총액과 연부액을 명백히 해 계속비계약으로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명확한 법 규정이 있음에도 왜 대부분의 공사를 장기계속계약으로 발주하는 것일까. 건설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누구나 알지만 드러내고 말하지 못하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다. 예산 배분의 권한을 가진 정치인이 자기 지역구에서 생색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렇게 국민이 낸 세금이 낭비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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