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마음으로 하는 말은 난초처럼 향기롭다.
동심지언기취여란 (同心之言其臭如蘭) -역경(易經) 계사상전(繫辭上傳)

이소영<br>문화로드 대표<br>교육학박사<br>
이소영
문화로드 대표
교육학박사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같은 마음을 갖기란 그리 쉽지 않다. 사람은 저마다 제각각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도 서로 다른 마음으로 산다. 때로 필요에 의해서 잠깐 한마음으로 우리가 되기도 하지만, 새로 생겨난 우리만 남고 개인은 없어지거나, 힘이 큰 개인이 우리를 대신하게 되기도 한다. 아니면 곧 나만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나의 마음도 유지하고 상대의 마음도 살펴가며 한마음으로 맞춰가는 노력이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같은 마음이 되어 표현된 말이 난초처럼 순수하게 맑은 향이 난다고 했나 보다.   

도시에서만 살아온 남자 연예인들이 우연히 한적한 시골 슈퍼를 맡아 운영하는 이야기를 다룬 ‘어쩌다 사장’이란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이 시골 슈퍼는 물건을 사다 파는 일만이 아니라 차표도 팔고, 간단한 식음료도 팔면서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보통 사람들은 연예인을 집안에서 편안한 자세를 하고 화면을 통해 바라본다. 

그런데 늘 이용하던 슈퍼에서 물건의 위치나 물건 값을 몰라 쩔쩔매고 있는 연예인 차태현, 슈퍼담당 차사장을 만나면 어떨까? 마을 사람들은 직접 물건의 위치를 알려주고, 진짜 슈퍼 사장이 골판지에 써 놓은 가격표에서 물건 값을 확인하고 돈을 지불한다. 초짜 사장이 겪는 어려움에 사람들은 스스로 다가가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슈퍼의 빈 공간에 탁자 몇 개를 놓고 간단한 안주와 술을 파는 가맥담당 연예인 조인성, 조사장은 라면과 계란말이 달랑 두 개뿐인 메뉴에 고민한다. 슈퍼의 토박이 손님들은 새로운 메뉴를 제안한다. 사실 토박이 손님들 중에는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도 있다. 조사장은 좁은 곳에서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다 허리 통증이 생긴다. 조사장은 손님으로 왔던 보건소에 근무하는 한의사를 찾아가 침을 맞는다. 

‘어쩌다 사장’은 콘셉트는 있지만 세세한 각본은 없다. 초짜 사장인 차사장과 조사장이 슈퍼를 이용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물 흐르듯이 잔잔하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간다. 
슈퍼를 이용하는 마을 사람들은 누가 누구와 부부인지, 누구의 자식인지, 어느 분이 나이가 많은 어르신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서로들 잘 알고 있다. 슈퍼에서는 직장을 나가는 엄마를 대신해 아이를 봐주기도 하고, 오가는 사람들이 따뜻한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도록 커피 자판기 위에 동전을 올려놓기도 한다. 

예전 시골 마을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에서는 어른들이 젊은 사람들을 알아보고 충고를 하거나 가르침을 주는 모습을 자주 그렸다. 그런데 ‘어쩌다 사장’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살아가면서 저절로 서로의 삶이 교차하고 나였다가 우리가 되기도 하고, 다시 나로 돌아가 그렇게 서로의 개인적 모습을 그대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어쩌다 슈퍼 사장을 하게 된 유명 연예인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며 재미있어 하다가 시나브로 마을 사람들 간의 사람 사는 푸근한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다. ‘어쩌다 사장’에서는 사람들이 자잘한 문제들을 한마음이 되어서 해결하고, 또 슈퍼를 나가 제 각각 개인으로 돌아간다. 큰 갈등이나 문제가 없는 시골마을 슈퍼, 그 안에서 한마음이 되는 판타지를 볼 수 있다. ‘어쩌다 사장’을 보면서 슈퍼 안의 우리가 되면 난초처럼 순수하고 맑은 향을 맡고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나로 돌아와 그 힘으로 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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